제23회 김삿갓문화제 기념 《전국민화공모전》 심사를 마치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모두가 제 자리에서 각자 맡은 바에 충실하게 임하며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과거에 그러 했 듯 우리는 이 역경 또한 이겨낼 것입니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제23회 김삿갓문화제 기념 《전국민화공모전》이 성공리에 개최될 수 있었던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번 공모전은 대상 2,000만 원, 최우수상 1,000만 원 등 총 상금 6,100만 원으로 전체 상금이 크게 상향 조정되면서 100호 이상의 큰 작품이나 8폭 이상 병풍 등 대작들이 대거 출품되어 그야말로 민화계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했습니다. 국내 최초 민화전문 공모전으로서의 권위를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하는 각계각층 7인의 심사위원들은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장고를 거쳐 수상작을 결정했습니다. 특히 조선민화박물관에서 매년 심사에 적용하는 두 가지 규칙인 1)모든 작품의 정보를 배제한 채 블라인드로 심사 2)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점수의 합산으로 본상 수상작을 선정하는 방식을 준수하여 공정하게 심사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상을 수상한 강수진의 <사현파진백만대병도>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임에도 흔들림 없이 정교할 뿐 아니라 표정까지 아주 잘 살려낸 인물 묘사 면에서 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최우수로 선정된 지현경의 <서책가도>는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다양한 면분할과 민화 도상을 활용해 안정적인 구성감과 색채의 조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최우수 작품인 신정순의 <화성능행도>는 원작을 충실히 모사하면서도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수상하신 작가들에게는 축하를, 그렇지 않은 작가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심사 이후 재현민화와 창작민화의 방향성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현재는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보다는 각각 특성을 살려 재현민화는 좀 더 충실한 모사가 이루어지는 작업을, 창작민화는 과거와 다른 현대만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또한 재현민화라고 할지라도 작가의 개성이 어느 정도 녹여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고민과 토론의 시간들이 모여 현대민화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을 믿습니다.

최초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 따르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내 최초로 민화전문 박물관 뿐 아니라 공모전을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대민화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역사를 기록하고 계신 오석환 관장님 이하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숙고하신 심사위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어려운 시기,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2020. 8. 20

심사위원장 윤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