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제23회 김삿갓문화제 전국초등학생 민화공모전 심사결과 발표
2020 제23회 김삿갓문화제 전국민화공모전 학생 부문 심사평
코로나 19로 세상이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2020 제23회 김삿갓문화제 전국민화공모전이 성황리에 진행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공모전에는 작품성이 돋보이는 우수 작품이 많았습니다. 심사의 주요 기준은 첫째, 전통성(전통적인 민화의 느낌과 기법), 둘째, 창작성(민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의 창작성), 셋째, 예술성(형태, 구도, 색, 사용 재료, 예술성 등)입니다. 다양한 응모 작품 중 수작 다섯 점을 선정하였으며 그 이유를 스케치해 봅니다.
초등부 대상 작품인 청주 샛별초등학교 권제인 어린이의 〈빼앗긴 여의주〉는 전통성과 창작성, 예술성이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그림에서 향기가 난다고 느낄 만큼 색상이 맑고 산뜻하며 화면 구성이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면서도 경쾌한 역동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용이 여의주를 빼앗기는 장면은 위트와 해학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센 용이라도 까치와 호랑이, 토끼의 협동심은 당해낼 수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민화가 지니고 있는 장점이 잘 표현된 훌륭한 작품입니다.
초등 고학년 최우수상 수상작 경산 평산초등학교 윤성욱 어린이의 〈호랑이 나라에 십장생〉은 어린이다운 감성이 잘 표현된 작품입니다. 어린이들이 호랑이 꼬리를 잡고 학을 타고 놀며 무릉도원의 복숭아를 따고 있는 이 그림은 동심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작품입니다. 어린이의 마음으로만 그릴 수 있는 천진무구한 그림이며, 본성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는 어린이의 마음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천 연화초등학교 정서우 어린이의 〈심슨가족 커튼 뒤의 바다정원〉은 자세히 보아야 더욱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시트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심슨가족의 등장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한국을 넘어 글로벌 사회로 향하는 민화의 방향성을 엿보이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심슨가족의 커튼에 새겨진 한국적 문양의 현대적 재해석을 눈여겨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커튼 너머로 보이는 민화의 세계는 애니메이션과의 이질성을 초월하는 조화를 보여줍니다.
초등 저학년 최우수상 수상작 경산 사동초등학교의 이채언 어린이의 〈십이지신〉은 전통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작품입니다. 십이지신을 어린이의 심상으로 그려낸 의미 있는 전개가 돋보입니다. 각각의 십이지신을 그리면서 생각했을 어린이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마도 자신과 가족들의 지신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십이지신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한 일인데, 표현력 또한 뛰어납니다.
대전 도안초등학교 이여울 어린이의 〈산책 가는 길〉은 토끼와 거북이가 다정하게 길동무를 하며 산책을 하는 모습으로 비교적 평이한 소재를 모티브로 하였으나 색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사물의 표현이 잘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독특하면서도 신비한 색채감에서 오묘한 분위기를 창출해냅니다. 우리나라 미술품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무기교의 기교’를 실감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한국적이며 세계적인 그림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심사위원들은 단연 “민화”라고 말 할 것입니다. 더구나 민화는 어린이와 어른 계층을 불문하고 그릴 수 있는 우리 생활과 소망을 담은 모두의 그림이며, 개성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민화는 소박하면서고 화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고, 점잖으면서도 명랑한 이야기로 우리를 헤어날 수 없는 감동으로 이끌어 줍니다.
공모전 심사를 마치며 앞으로 우리 어린이들이 민화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민화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이어주며 미래에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 8. 20.
심사위원장 김은미(강원도영월교육지원청 장학사)